"한여름의 태양이 지평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아,

밤에도 낮처럼 밝은 현상을 백야라고 하죠?

그런 백야가 있는 동안 그 반대의 반구에서는

극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이 대사는 라디오에 출연한 연진의 멘트예요. 밤에도 낮처럼 밝은 백야🌞, 해가 뜨지 않는 극야🌚 저는 이 대비되는 기상현상이 마치 연진과 동은의 정반대의 삶을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동은은 연진의 무리에 의해 끝이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을 당하고 지금껏 복수를 위해서만 살아왔죠. 그에 반해 연진의 삶은 "난 일평생이 백야였"다는 대사처럼 단 한순간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 연진은 다양한 색이 가득한 백야를, 그리고 동은은 어둠뿐인 극야를 지나온 거죠🎭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일 거야. 

editor. 보미🌸

여러분은 학창 시절 교실🏫에서 어떤 세상을 보았나요? 다르게 질문해볼게요❓여러분은 나와 다른 친구를 인정하고 어울려 다 함께 잘 사는 법을 배우셨나요? 아니면 우등과 열등을 나눈 교실의 피라미드에서 열등에 속하지 않기 위해 최고가 되는 방법들을 익히셨나요? 대한민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보통 후자가 더 익숙할 거예요. 친구들을 누르고 올라가야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를 갖고 또 좋은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을 테니까요😬 그런 우리나라 아이들이 보고 자라는 어른들의 세상은 적자생존(환경에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도태되어 사라진다)과 약육강식(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먹히거나 지배된다)이 당연한 세상일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이 교실에서 다음 세 가지는 꼭 지켜줬으면 해. 

더 좋은 옷,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를 괴롭히지 말 것.” 

연진의 딸, 예솔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으로 가게 된 동은은 처음 만난 반 아이들에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무엇이 더 잘났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요. 저는 이 대사를 듣고 20년 전 동은과 연진에게도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누가 누가 높이 올라가는지, 어떻게 경쟁에서 잘 살아남을지만 강조하는 어른들 대신 말이죠. 연진과 친구들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그건 분명 벌 받아야 할 그들의 잘못이지만, 아이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든 것은 결국 어른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을,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누를 수 있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고 가르쳐 줄 어른,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잘못된 거라고 단호하게 혼내줄 어른이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의 동은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죠.

상처가 아물었더라도 흉터는 여전히

editor. 짹짹🐤

(괴롭힘, 가혹행위 등의 학교폭력 관련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동은이 세명시로 이사 온 뒤 집 주인과 대화하는 장면이에요. 집 주인이 도기 화분🪴을 깨자마자 동은은 화분이 깨지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들🔊을 떠올려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사탕을 씹어먹는 소리, 시계를 푸는 소리, 맞는 소리 등 주로 괴롭힘과 관련한 소리들이죠. 

이 장면은 동은이 차 정비소에 갔을 때 삼겹살을 굽는 사람들을 마주친 장면이에요. 삼겹살 굽는 소리를 듣자마자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보이면서 주저앉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며 괴로워해요. 그 이유는 삼겹살을 굽는 소리를 들으며 열이 오른 고데기에 화상을 입어야 했던 학교폭력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죠.

앞선 두 장면에서 동은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트라우마는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PTSD는 사람이 심각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난 뒤 공포감을 느끼고, 이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 혹은 비슷한 자극이 오면 고통을 느껴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을 의미해요. 그렇기 때문에 PTSD를 겪으면 동은처럼 작은 자극에도 과도하게 놀랄 수 있고, 더 심해지면 연관된 상황을 회피하게 되어요.

동은처럼 실제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 흉터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가 마치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PTSD 왔다.'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기엔 그 단어가 갖는 무게가 조금 큰 거 같아요😔 흉터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조금 더 생각💭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