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고 잔류하는

editor. 파도🌊

눈백이👀 여러분은 파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모래사장 위로 넓게 퍼졌다가 하얀 포말🫧로 사라지는 모습은 시선👓을 잡아두는 힘이 있지요. 가까이 다가가서 발🦶을 적시는 사람도 있고, 멀리서 구경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붉은 모래와 파도>에서도 이런 ‘파도’에 대해 각각 다른 태도를 갖는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천선란 작가님의 단편소설 <붉은 모래와 파도>는 바닷물이 아닌 모래🏝️의 파도가 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해요. 갑작스레 불어닥친 모래 폭풍🌪️으로 한반도는 20m가 넘는 모래에 파묻히고, 주인공 ‘길영’은 그 모래 아래 깔려 있을 애인💔을 찾아 모두가 떠난 도시🌆 위를 헤맵니다. 온종일 모래사막☀️을 떠돌다가 자신을 기다리는 ‘눅스’를 생각하며 돌아오는데요. 눅스는 배송 착오📦로 길영과 애인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 서비스 휴머노이드🤖로, 사람과 대화🗣️하는 기능이 아주 뛰어나요. 길영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눅스는 어느 순간부터 길영을 생각할 때 자신의 알루미늄 몸통 안에서 모래의 파도🌊가 요동치는 걸 느끼게 됩니다.

눅스는 이런 파도를 멀리서 보기로 해요. 바람🌪️이 만들어낸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은신처🏠에서 늘 길영을 기다리며 흘러가는 모래의 파도를 바라봅니다. 반대로 길영은 이 파도에 뛰어드는 인물이에요. 거센 바람을 견디는 와중에도 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죽은 애인의 몸🪦이라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막을 헤매요.

이렇듯 파도에 대한 눅스와 길영의 태도는 선명하게 대비🔄되는데요. 파도를 관망🔭하느냐 파도에 뛰어🏃드느냐는 사실 두 인물이 각각 사랑💓이라는 감정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길영은 너무나 맹목적인, 자신의 한몸을 다 던지는 사랑❤️‍🔥을 하고 있어요. 파도에 흠뻑 젖다못해 그 안으로 가라앉아도 괜찮을 거라는 태도를 갖고 있죠. 반대로 눅스는 이러한 파도의 정체🔍조차 알고 싶지 않아 합니다. 묵묵히 지켜보고 기다리는 태도는 어떻게 보면 파도를 직면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사랑💓이 기다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파도가 순식간에 성큼 다가와 멀리 떨어진 사람의 발🦶도 적셔버리듯, 눅스도 결국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파도🌊에 몸을 담그게 됩니다. 길영을 기다리던 은신처의 문🚪을 열고 나가 모래 바람🌪️을 맞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찾아나서는 거죠.

<붉은 모래와 파도>는 모래가 넘실거리는 세계를 잔잔한 문장✍️으로 그려내는 작품이에요. 부드럽게 흘러가는 문장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눅스의 몸속에 부딪히던 모래의 파도🌊가 나의 몸속에서도 울렁거리는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고정되지 않고 영원히 흘러가는 건조한 모래 위, 그 무엇보다 선명하고 생생한 삶을 살아가는 길영과 눅스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 바람처럼 길게 이어지는 여운🥹을 남기는데요. 가슴 속에서 파도치는 모래의 움직임〰️이 궁금한 눈백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라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봇은 인간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일을 수행하는 수단에 가까웠어요. 인간이 만들어낸, ‘힘들고 단조로운 일을 수행’하는 기계🤖인 로봇. 눈백이👀들은 이런 로봇이 어디서, 어떻게 처음 만들어졌는지 아시나요? 이 존재는 1920년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서 처음 등장해요. 그런데 등장한 지 불과 한 세기만에 ‘노동, 노예🛠️’를 의미하는 체코어 어원 ‘Robota’의 수준을 벗어나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어요. 단순한 기계 장치인 줄만 알았던 로봇이 사람과 같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니 말이죠. 여기서 우리는 질문 하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과연 로봇과 사람은 사랑할 수 있을까요?

천선란 작가의 <붉은 모래와 파도>는 생명체도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과 길영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어요. ‘길영’이라는 인물은 모래 폭풍🌪️이라는 재앙 앞에서 잃은 애인을 그리워하고, ‘눅스’는 그런 길영의 곁을 지켜주죠. 길영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눅스를 보며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로봇이 ‘속이 없다❌’고 생각한답니다. 여기까지 작품 초반부를 읽었을 때는 ‘눅스’라는 존재가 사람이 아닌 무언가 다른 존재인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눅스와 길영이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부터는 작품의 분위기가 슬쩍 바뀌기 시작해요. 바로 길영이, 눅스가 사랑❤️‍🔥을 느끼고 있다는 감정선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에요.

작품의 앞에서는 길영의 시점👓에서 눅스를 바라보았다면, 작품의 중후반부에서는 눅스의 시점에서 길영을 바라보기 시작해요. 길영이 먼 길을 떠나고 혼자 남겨진 눅스는 애인을 찾아 떠난 길영을, 찾아 떠나요. 모래 폭풍으로 인해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떠난 길은 언뜻 고통😵‍💫스러운 길처럼 보여요. 이미 그 앞에 많은 사람들이 좋지 않은 기상 때문에 희생되었기 때문이죠. 어렵고 위험한 길을 주저 않고 떠나려는 눅스의 마음은, 짧은 단편임에도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답니다. 

여기서 한 치 앞의 상황도 알 수 없게 만드는 모래 폭풍은 작품 전반부에 어두운🌃 분위기를 주면서 이들의 감정❤️을 더 선명하게 느끼도록 도와요. 자신의 생명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 앞에서는 아무리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찾아 나선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해 보여요. 그렇지만 이 소설은 끝내 모래 속에서 자신의 죽은 연인을 찾아낸 길영과, 연인과 함께 마지막 숨을 거둔 길영을 찾아낸 눅스의 이야기를 엮어냅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런 악천후가 닥칠까 봐 섬뜩하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사랑을 찾아나서는 인물👥들을 그린 천선란 작가의 글맛이 궁금해지는 분들께 이 소설을 추천해요.

금기 속에 숨은 이것?

editor. 비상🚨

소설 <오래된 협약>은 이 질문에 아주 조용하지만 묵직한 답을 들려줘요. 이야기의 중심에는 벨라타 행성의 사제 ‘노아’와 지구에서 온 연구자🔬 ‘이정’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관계❤️가 되었지만, 노아의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이 그들을 갈라 놓게💔 되었어요. 노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오브’라는 생명체를 먹는 것이에요. 하지만 오브를 먹는 행위는 벨라타 신앙의 절대적인 금기🚫예요. 노아를 사랑한 이정은 그가 오브를 먹기를 바라며 설득🥺해요. 생명을 이어가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신도 이해할 거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노아는 끝내 오브를 먹지 않아요❌. 그리고 그 이유를 이정에게 편지📝로 남깁니다. 노아가 오브를 먹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노아가 신의 벌을 두려워했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노아는 신의 존재조차 믿지 않는 사제였어요. 그런 노아가 금기🚫를 지킨 이유는 이것이 오래전 맺은 ‘약속’🤙🏻이었기 때문이에요. 벨라타 행성에 오래 전부터 존재한 오브는 본인들의 생명활동이 나중에 정착한 인간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잠들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어요. 인간은 이에 오브를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세웠고 시간이 지나며 그 약속은 ‘금기’로 남았어요. 사람들은 약속에 얽힌 사연은 점점 잊혀졌졌지만❓, 이 ‘금기’만큼은 오래 남아 엄격히 지켜지고 있었어요.

바로 이 부분에서 금기의 숨은 기능이 드러나요🔍. 금기는 단순한 억압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고🎚️ 공동체🧑‍🧑‍🧒‍🧒를 지켜나가기 위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었어요. 책에서 노아 역시, 이 약속이 '앎💡'이 아닌 '무지❓'로 남아 있었기에 오히려 더 잘 지켜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요. 지식이📚 욕망을 부추기고, 지나친 앎👁️이 금기를 흔들 수 있다🫨는 걸 노아는 알고 있었던 거예요. 또한 무지를 통해 욕망을 누르고 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이야기 해요. 

지금 이 시대는 더 많이 알고🧠, 더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최고의 미덕처럼 여겨요. 하지만 쉽게 설명되지 않는, 그렇기에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금기들이 욕망 너머를 향한 이성의 다른 형태일 수 있어요. 지금 눈백이👀에게 떠오르는 금기가 있다면 그걸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그 안에는 ‘나’를 넘는⏫, 더 큰 세계🗺️를 배려하는 의도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ditor. 서별🌃

눈백이👀 여러분, 요즘 미세먼지😷 수치 자주 확인하세요? 저는 노래🎤하는 전공자라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조금만 걸어도 목이 칼칼해지는 걸 느껴요. 아침마다 미세먼지 수치를 검색하는 게 습관이 되었고, 뿌연 하늘🌫️을 보며 ‘봄🌸이 오긴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많아졌어요.

흐린 공기를 마시며 떠오른 작품이 있는데, 오늘은 김초엽 작가의 단편소설 <오래된 협약>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과학적 상상력 속에 연대🧑‍🤝‍🧑와 윤리의 질문을 담아내는 김초엽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SF 작품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독성 물질☠️이 분비되는 행성🪐 ‘벨라타’에서 살아가는 벨라타인의 이야기예요.

오래 전, 벨라타에 도착했던 인간들은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없었기에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했어요. 그러나 ‘클로포늄’이라는 독성 물질☠️로 인해 뇌🧠가 손상되며 생존의 위기를 겪어요. 이 물질은 ‘오브’라 불리는 존재의 생명 활동에서 발생하는데, 오브를 죽이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요. 

하지만 오브는 자아를 가진 생명체였고, 고통받는 인간들을 가엾게 여겨요. 그들은 인간의 생존과 공생을 위해 스스로 ‘잠드는🛌’ 방식을 선택해요. 일부 인간들은 오브를 해치지⚔️ 않기로 결심하고, 금기를 세워 함께 살아가기로 해요. 그렇게 생긴 ‘벨라타 신앙’이라는 가치 아래 두 생명체는 공존하게 돼요. 인간들은 짧은 수명과 망각, 죽음🪦의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오브와의 협약🤝🏻을 지키며 윤리적 삶을 선택하죠. 

그 오래된 협약🤝🏻이 단지 종교적 금기🚫로 여겨질 즈음, 지구에서 온 탐사대🧭가 벨라타에 도착해요. 탐사대의 ‘이정’이라는 학자🔬는 사제 ‘노아’와 깊은 교감💞을 나누고, 그들의 짧은 생을 안타까워해요. 연구 끝에 오브를 섭취하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만, 노아는 제안을 거절해요. 그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고, 금기 자체를 공동체의 윤리이자 정체성으로 지켰던 거죠.

<오래된 협약>은 단순히 고집스러운 종교적 태도를 넘어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할지를 묻는 이야기예요. 오늘날 지구에서 황사😷, 미세먼지, 기후위기 같은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뉴스📰로만 치부할 일이 아닌 일상이 되었어요. 편리함을 위해 어긴 금기🚫들이 결국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바꿔버린🔁 거죠. 벨라타인은 생존이 아니라,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고 말해요. 모두가 포기할 때, 누군가는 끝까지 남아야 한다고요. 우리에게도 지금 비슷한 선택이 필요한 것 같아요.

눈백이 여러분에게도 윤리 철칙이나 자연🏞️을 위해 지키는 금기가 있나요? 어쩌면 누군가는 지구🌏와의 오래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을지도 몰라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쓰레기🚮를 나눠 분리하는 작은 실천들과 같이 말이죠. 우리도 21세기 ‘지구인’으로서 자연🏞️과의 협약🤝🏻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