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호

스포주의

 

제 첫 웹 드라마였던 <퐁당퐁당 LOVE>는 고3 생활에 대한 막연한 걱정 아주 조금과 굉장한 설렘과 떨림💘을 주었던 작품이에요. 이도와 가까워지는 단비에게 과몰입해버려서 매주 열심히 챙겨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5년 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단비와 이도의 꽁냥거림에 설레기만 했었는데 지금 보니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는 것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뿐만이 아니었더라고요!

단비는 자신이 쓸모 없는 사람일까 걱정했어요😥 그 사실을 수능 시험장에서 확인받을까 봐 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어했죠. 저도 지금은 웃으며 이 드라마를 보지만 만약 고3 때 이 드라마의 첫 화를 봤더라면 바로 꺼버렸을 거예요. 단비의 그런 걱정에 전염되어 울적해져 버리게 되면 공부가 안될까 봐서요. 또 이 이야기 속에서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단비 한 명이 아니었어요.

단비를 죽이고 훈민정음 반포를 방해했던 최만리 역시 똑똑해진 백성 때문에 자신의 쓸모가 없어질까 두려워 그런 일을 저질렀죠. 무능해 보이는 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마음에 휘둘려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과연 최만리만의 일일까요🤔? 조급한 마음에 그런 실수를 저질렀던 기억 여럿이 제 머릿속을 스쳐 가네요. 꼭 고3 시절이 아니더라도 단비처럼 자신의 쓸모를 찾아 계속 헤매고 최만리처럼 자신의 쓸모를 잃어버릴까 항상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최만리와는 다른 선택을 할 기회가 있어요. 단비처럼 말이죠. 단비는 걱정스러운 현실로부터 도망쳐버렸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현재로 돌아가기로 선택했어요.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은 곳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다는 행복이 보장되어 보이는 선택지를 놓고도 말이에요. 치열하게 자신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용기를 단비가 <퐁당퐁당 LOVE>를 통해 눈백이 분들께 나눠줄 것이라고 확신해요!

<퐁당퐁당 LOVE>는 시간여행물이에요.⏳ 시간여행물의 가장 큰 핵심은 과거와 미래가 서로에게 준 영향을 꼬이지 않게 잘 풀어내는 것이에요. 게다가 이 작품은 시간여행이 섞인 ‘로맨스’ 극이니, 사랑의 연결고리도 적절히 필요했어요. 제가 보기에 이 극은 그러한 연결을 촘촘하게 메꾸어서 잘 표현해낸 극인 것 같아요. 게다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존재에 대해 추리하게 만드는 기회도 주었구요! 그럼, 제가 <퐁당퐁당 LOVE>에서 찾아낸 몇 가지 흥미로운 ‘떡밥’들을 풀어보도록 할게요!😉

단비가 조선시대에 당도하며 떨어트린 휴대전화를 줍고는 임금에게 찾아가 환심을 얻어보려는 체아직(조선시대 비정규직) 캐릭터가 있죠. 바로 위 사진 속 인물이에요! 이 캐릭터는 이름이 초반에는 밝혀지지 않다가 나중에서야 밝혀질 정도로 베일에 싸여있죠. 단비의 아이디어로 측우기도 만들고, 소현왕후가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악기를 만들어주기도 한 이 인물은 언뜻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장영실 같기도 해요.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음악’이라는 키워드에 더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그의 실체가 밝혀진답니다. 그는 과연 어떤 역사적 인물이었을까요?🤔 

단비는 사실 ‘수포자’였어요. 겨우 몇 가지 기본 논리만 알고 있던 게 전부였지요. 그러나 그랬던 단비도 과거에선 엄청난 천재로 추앙받게 돼요.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있던 구고현 정리(피타고라스 공식)도 단숨에 해결해버린답니다. ✍️ 현재로 돌아온 단비는 수능을 보며 한국사 시험지에서 자신이 조선에 있을 때 겪었던 일과 비슷한 내용의 문제를 발견해요. 덕분에 단비는 문제와 관련된 인물을 자신있게 답에서 찾아내죠. 과연 조선에서의 단비는 어떤 존재로 기록되었을까요?

비가 오던 수능날 단비는 고사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책을 떨어트리고 정신없이 내리느라 우산☔을 버스에 까먹고 놓고 내려요. 결국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걷다가 수능도 포기해버리고는 웅덩이에 빠져 과거로 넘어오게 되죠. 단비가 과거로 넘어와 이도를 만나고,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 사랑하게 돼요. 하지만 단비는 수능을 포기하려고 했던 자신과, 그런 자신을 항상 믿어준 엄마를 등질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현재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죠.

그렇게 조선을 떠나 현재로 돌아와 다시 수능장으로 발걸음 하는 단비의 앞에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나타나게 돼요. 무려 단비가 버스에서 두고 내린 우산을 들고 말이에요!🤭 그가 누구일지 눈백이 여러분도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이 두 가지 떡밥 외에도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운명적인 만남이 단비를 기다리고 있어요. 과연 시간을 넘나든 단비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한 눈백이들은 지금 당장 <퐁당퐁당 LOVE>를 감상해보세요!

수능을 앞에 두고 우울함에 빠져 있는 단비는 자신을 '노답'이라고 칭하면서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내가 바라던 내 모습보다 한참 모자라 보일 때, 다들 단비처럼 생각한 경험 있으실 것 같아요. 결국 비가 내리던 수능 날🌧 단비는 모자란 자신의 모습에 겁 먹고 도망치게 돼요. 그리고 도착한 곳은 바로 세종 시절 조선이죠.

괴상한 외부인 취급을 받던 단비는 미래에서 왔다는 점을 이용해 수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알려주면서 조선에 적응해 나가요. 그러면서 현대에서는 듣지 못했던 '쓸모있는' 아이라는 말을 듣죠.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몰라'라고 생각했던 단비는 조선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경험을 하게 돼요. 한 번도 무엇인가에 열심인 적이 없었던 단비는 자신의 쓸모를 인정받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인 모습을 보여줘요. 그렇게 최선을 다했던 단비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 앞에서 눈물 짓던 모습을 보고 저도 함께 눈물을 흘렸어요. 열심히 노력하고도 이루지 못하게 된 목표 앞에서 '역시 난 안 되나봐'라고 생각하고 슬퍼했던 과거의 제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조선에 와서 자신의 쓸모를 느끼기 시작했던 단비는 눈물과 함께 다시 위축됐어요. 그런 단비에게 이도는 옆에만 있어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줘요. 소현왕후에겐 말동무, 이도에겐 사랑하는 사람, 박연에겐 친구 그리고 훌륭한 과학자, 현대에서는 어디서도 필요 없다고 느꼈던 단비는 조선에서의 시간과 이도의 위로를 통해 사실 자신은 어디에서나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걸 서서히 느끼기 시작해요. 동시에 단비는 엄마를 떠올리고 현대에서도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주던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아요.

현대로 돌아온 단비가 컵라면을 보면서 하는 말이에요. 부족해 보이는 능력도 다른 곳에서는 귀한 능력일 수도 있고 초라해 보이는 '나'도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일 수 있어요.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눈백이 분들을 응원하며 이번 호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