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디저트라는 8월 대주제에 어울리는 작품인 만큼 영화 속에서 ‘빙수🍧’는 여러 의미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특히 등장인물들은 빙수를 매개로 여러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마리는 도쿄 생활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꿈이었던 빙수 가게를 차려요. 직접 청을 만들고 얼음을 갈아 완성한 빙수를 스스로 먹어보기도 하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판매하죠. 재료 손질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어느 하나 자신의 손길이 안 닿은 구석이 없는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며 마리는 도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해나갑니다.

할머니의 죽음과 다른 가족들로부터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마리가 있는 마을로 온 하지메 또한 ‘빙수’를 통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죠. 마리의 빙수 가게를 도우며 함께 생활하고, 바다에서의 여러 경험들을 함께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상실의 아픔도 조금씩 옅어져갑니다. 

소박하고 평범한 ‘빙수 한 그릇’은 그 맛처럼 담백하고 조용하게 등장인물들의 아픔을 치유해요. 이렇게 음식이 감정 변화의 매개가 되고, 특히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주는 건 비단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에요. 너무 춥고 지친 날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먹은 우동🍜 한 그릇, 우울한 일을 잠시 동안 싹 잊게 해주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한 입… 단순히 맛있고 즐거운 걸 넘어 음식으로 인해 ‘치유’되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 다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여러 가지 음식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아플 때 엄마가 끓여주셨던 전복죽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몸이 안 좋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괜히 서러운 마음에 눈물만 나왔을 때 그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릴 수 있었거든요. 때로는 정성이 담긴 음식, 의미가 담긴 음식 한 그릇이 어떤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말끔히 낫게 해주는 것 같아요.

눈백이 여러분들의 ‘빙수 한 그릇’은 어떤 음식인가요?

editor. 솔아🐚

키다리 '바다'씨

editor. 은비🌈

빙수를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던 순간은 사치스럽기까지 한다는 주인공 마리. 눈백이 여러분도 그런 순간 있지 않으신가요? 별거 없다고 느껴지는 일상의 순간에서 최고의 행복을 찾을 때요. 예를 들어, 맑은 하늘 아래 햇빛을 만끽하며 카페에서 애정하는 음료🍹를 마신다든가 잠자리에 누워서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듣는다든가 하는 순간들이요. <바다의 뚜껑>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마리와 하지메에게는 일상 속의 바다가 그런 존재였어요.

마리는 도시에 염증을 느끼고 오직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좇아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그런 마리가 찾은 첫 번째 장소는 ‘바다’였어요. 사실 마리의 목적이 ‘빙수 가게🍧’가 아니라 ‘바다 앞 가게🏖️’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만큼 바다는 마리에게 일상 속 최고의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 마리가 기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해요. 하지메와 처음 속내를 터놓고 얘기하는 장소도 바다였고 떠나가는 오사무의 모습에 상처 받고 소리 내어 우는 장소도 바다였죠. 마리에게 바다는 행복할 때도 힘들 때도 생각이 나는 그런 존재인 거죠. 그럼 또 다른 주인공인 하지메에게 바다는 어떤 존재일까요?

사랑하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 때문에 지쳐있던 하지메에게 처음 만나는 마리와 바다는 낯선 존재들이었어요. 하지메는 마리와 바다에서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처음 발을 담가보고,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산호 조각을 발견하고, 물에 뜨는 법을 배우고, 서로를 위로해줘요. 하지메에게는 마리 그리고 바다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위로고 성장이었던 거예요. 바다와 함께하는 마지막, 하지메는 수영을 하며 바다와 하나가 됨을 느끼고 작별의 고마움을 전해요. 마리와 함께하는 마지막에도 자신의 새로운 결심과 함께 작별의 고마움을 전하죠. 바다는 하지메의 모든 고민을 안아주고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였어요. 그리고 하지메에게 마리는 바다와 같은 존재였지요.

두 사람이 일상 속에서 던지던 고민들, 그걸 전부 들어주던 건 바다🌊였어요. 바다 곁에서 두 사람은 성장했고 고민을 던지던 걸 잠시 멈추기로 해요. 이제 더 이상 ‘바다의 뚜껑’을 열어둘 필요는 없어진 거겠죠? 그래도 바다는 항상 자리를 지켜주고 있으니까 언제든 고민이 생긴다면 그 뚜껑을 열고 고민을 던져도 괜찮을 거예요🤭

editor. 보미🌸

“오사무, 가지 마! 가면 안 돼!” 전 여자친구의 애타는 절규를 뒤로한 채 냉정하게 차에 올라 그 길로 고향 마을을 떠나버린 오사무🚚 어릴 때부터 쭉 자라온 익숙한 곳이자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인 고향 마을을 떠나는 오사무의 그 냉정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그리고 오사무와 같은 선택을 하는 청년들, 즉 익숙하고 편한 고향을 떠나 낯선 대도시로 가려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일본과 우리나라는 ‘사라져 가는 지방 도시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하는 오래된 문제를 풀지 못한 상태에 있어요. 대부분의 젊은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 대도시로, 한국으로 치면 서울로 떠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한 설문조사*에서 지방의 젊은 청년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서울에 살고 싶은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이 “저희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떠날 수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예요. 지방에 다양한 일자리만 있다면 안 가죠.” 라고 답했어요👀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고 싶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인서울’이 인생 성공의 첫 단추라고 보는 우리나라 사회가 청년들을 서울로 떠민다는 거예요. 지방에 있으면 ‘낙오자’라는 편견과 함께 일자리, 문화, 의료, 교육 등 살면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이 서울에만 몰리고 있으니 오사무 같은 청년들이 모두 고향을 떠나는 거죠.

*설문조사 출처 - EBS 특집 다큐 <당신은 몰랐던 20대 이야기> 3부

물론 이런 사회적 현상은 불공평한 것이고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예요. 하지만 <바다의 뚜껑>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란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아니에요. 이 영화는 그런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마리와 같은 선택을 하는 청년들도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요. 시골이든 도시든 모두 그만의 삶이 있고 각자가 가진 여러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또 그 속에서 나름의 행복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마리와 오사무를 통해 알 수 있었어요. 오사무도, 마리도 그리고 우리도 각자가 진정 머물고 싶은 자리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으며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