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내게 왜 이래

editor. 체다🧀

출처: 영화 <벌새>

영지가 은희에게 주고 간 것들

editor. 레몬🍋

힘든 은희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낸 상상 속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지는 상처 입은❤️‍🩹 은희 앞에 마법처럼 나타나요. 은희가 힘들 때마다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홀연히 떠나죠. 영지는 은희 곁에 머물 동안 은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영화 속 영지의 명대사💬들을 통해 알아봅시다.

출처: 영화 <벌새>

1️⃣ “어떻게든 맞서 싸워. 누가 때리면.”

은희를 아프게 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그동안 은희가 선택해온 방법은 이 고통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거였어요. 그러나 영지는 은희에게 이제 가만히 있지 말라고, 누가 때리면 어떻게든 맞서 싸우라고 말해요. 은희는 그 말을 듣고 용기를 얻은 듯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가족에게 소리치고, 선생님에 반항하고, 친구에게 화도 내죠. 그날 이후 은희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아요.

2️⃣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펴 봐”

은희는 영지를 찾아가 힘들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봐요. 영지는 그럴 땐 손가락🖐🏻을 펴 움직여 보라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손가락은 신기하게도 움직여진다는 말을 해주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 세상의 거대한 부조리와 모순에 무기력을 느낄 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 보라는 뜻인 것 같아요. 중학생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며🤷🏻‍♀️ 세상에 환멸과 배신감을 느끼던 은희에게 꼭 필요했던 조언이었다고 생각해요.

3️⃣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영지가 은희에게 쓴 편지💌 내용의 일부예요.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결국 영지는 은희에게 그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순수한 은희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여주고, 희망을 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그 덕분에 마지막 장면에서 은희가 비로소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4️⃣ 혼자서 살아가는 법

(스포주의!) 성수대교 붕괴 사건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영지. 의도치 않은 갑작스러운 영지의 죽음이었지만 은희는 이를 통해 소중한 사람의 상실💧 이후 혼자서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지는 은희에게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중한 삶의 자세를 알려주고 간 것 같아요. 영지는 이제 더 이상 은희 곁에 있을 수 없지만, 영지의 말들은 은희의 마음속에 남아💞 앞으로도 은희와 쭉 함께할 거예요.

또 생계를 위해 은희네 온 가족이 떡집으로 총출동하여 노동하는 장면, 학교의 억압적인 분위기, ‘죽어도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플랜카드 등은 한국 사회의 생존 투쟁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요.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이라는 프레임에 들어가서 ‘성공’👑하기 위해 모두가 아등바등 생존 투쟁을 하고 있지요. 벌새🐦는 초당 약 60회라는 엄청난 속도로 날개를 퍼덕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생존투쟁을 하는 소시민과 닮아 있어요. 은희네 가족은 90년대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헐떡이며 달려온 가장 보편적인 가정이에요. 영화의 영어제목이 ‘House Of Hummingbird’이고, 로그라인이 ‘1994년, 가장 보편적인 은희로부터’인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지요.

(스포주의!) 고속성장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은 은폐한 채🎭 얼기설기 쌓아올린 한국 사회의 성공 신화는 ‘성수대교’와 함께 붕괴💥합니다. 생존과 지위 상승을 최고의 가치로 달려온 한국 사회의 폭력적인 질서는 강남과 강북을 잇는 성수대교가 무너지면서 그 폭력성이 드러나요. 어떻게 살아야 맞는 건지 고민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엘리트 청년 영지도 성수대교 붕괴로 그렇게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마지막에 편지로 등장하는 영지의 목소리는 큰 울림을 남깁니다.

출처: 영화 <벌새>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중략) 그 때 만나면, 모두 다 이야기해 줄게.”

영지 선생님에게 은희는 이렇게 답해요.

“네, 모두 다 있어요.”

영화의 끝에서 저는 영지가 남긴 것은 성장한 은희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은희는 다시 또다른 은희를 남기며 사회에는 더 많은 영지들이 자라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