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백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시원한🧊 실내에만 있고 싶어지는 요즘이네요. 바깥의 날씨보다 더 뜨거운 콘텐츠로 이 더위를 이겨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또 어떤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들고 왔을지 궁금하시다면 스크롤을 내려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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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대주제인 ‘뜨거운 사랑 이야기’에 대한 두 번째 뉴스레터! 이번 호는 제목부터 뜨거운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대한 글을 담고 있어요. 두 여성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영어 외 외국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국내에서도 드물게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죠👏 무더운 여름, 더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할 영화 속으로 빠져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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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마리안느는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고 외딴 섬에 도착하는데, 의뢰인인 귀족 부인은 딸이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관찰하며 그릴 것을 부탁한다. 조심스럽게 산책에 동행하며 모델 엘로이즈의 표정 하나 손짓 하나에도 집중하는 마리안느. 한편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가야 한다며 우울감에 빠져 있던 엘로이즈의 가슴 속에는 조금씩 새로운 감정이 싹트고, 그림이 완성되어 갈수록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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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백 개여도 모자라>
네 명의 에디터들이 입백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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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볼 때, 난 누구를 보겠어요?
editor. 레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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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시대적 배경은 1700년대예요. 당시 여성들에게는 배우자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어요❌ 영화 속에서 엘로이즈도 밀라노에 가기 싫다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아버지가 정한 정혼자와 결혼해야 했죠. 여성에게 투표권도 없었던 시절, 남성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주체적으로 사랑했던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사랑이 그래서 더욱 뜨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사랑은 기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사랑의 관습을 따르지 않아요.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에서 그러한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죠. 영화를 보면서 연인 사이의 관계가 마치 화가와 모델의 관계에 빗대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포즈를 취하고 싶지 않아서 초상화를 거부해 왔던 엘로이즈의 모습은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결혼을 거부🙅♀️하고 있는 엘로이즈의 상황과 비슷해요.
또 화가가 모델을 일방적으로 관찰하고 대상화하는 것이 기존의 경향이었다면,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이런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넘어 함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어요. 마리안느는 그녀만이 엘로이즈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관찰한 엘로이즈의 특징을 줄줄 읊어요. 그러나 엘로이즈는 이에 반격하죠. 우리는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당신이 나를 보는 동안 나도 당신을 보고 있었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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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엘로이즈는 마리안느에게 계속해서 영감과 자극을 주고 그녀의 예술세계를 끌어내요. 마리안느가 엘로이즈 몰래 혼자 그렸던 첫 번째 초상화는 기존의 남성 시선에서, 그리고 정혼자인 남성에게 보내기 위해 그려졌죠. 이 그림을 불태우고 두 사람이 함께 완성한 두 번째 초상화🖼에는 엘로이즈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어요. 규칙과 관습, 이념만 있던 마리안느의 작품에 엘로이즈가 생명력과 존재감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볼 수 있죠. 둘은 그리는 사람과 그려지는 사람 관계에 있었지만, 수평적인 시선👀의 사랑을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작품을 완성해 나갔어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보여준 당대 여성에 대한 억압, 기존의 관습을 거부하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두 여성의 모습은 아름다운 장면들과 어울려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고, 보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이야기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이번 여름을 뜨겁게🔥 보내보는 것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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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감각적으로 퀴어 여성 서사🏳️🌈를 그려내서 연출 시퀀스가 인상깊은 영화이기도 해요. 국내에서는 입소문을 타 예술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1️⃣5️⃣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어요🤩
영화는 아름다운 프랑스의 자연 풍경과 푸른 바다🌊, 그리고 고전적인 저택을 배경으로 전개돼요. 이러한 배경은 이 영화 특유의 세상으로부터 유리된듯한 분위기를 자아내요. 예를 들어, 외딴 섬과 저택은 엘로이즈와 마리안느 둘만의 세계💜를 조망함과 동시에, 외부와 단절된 채 온전히 여성들만의 공간으로 이루어져요. 그래서 남성 인물이 한 명도 없이 여성들만 모여 있는 곳(섬과 저택)에서 이야기의 전제로 가부장제가 암시(엘로이즈의 시집, 시집을 거부하고 자살했다는 엘로이즈의 언니, 낙태하는 하녀 소피, 시집 가는 귀족 여성 엘로이즈를 그리러 온 화가 마리안느)되면서도 그 속에서 여성들만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기묘한 공간이 이루어져요. 여성의 고립과 연대가 공존하는 배경이 되는 거예요.
또한 영화는 셔레이드 기법🎞을 통해 세밀하고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어요. 셔레이드 기법이란, 언어 표현 없이 영화의 내러티브와 인물의 심리를 비유적으로 전달하는 영상📽 기법이에요. 즉, 대사나 나레이션을 쓰지 않고 표정이나 동작만으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기법인데요, 간단한 예로 화가 난 사람이 찡그리는 표정을 짓고 주먹을 꽉 쥐는 시퀀스가 있어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도 대사를 절제하고 각 인물의 제스처나 상징적인 시각 요소👀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의 초상을 그리는 동안 서로를 탐색하고 들여다보는 시선, 동네 여인들과 어울리던 중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시선이 오가고 이내 엘로이즈의 치마가 불타는 장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대한 책의 28페이지에 그려진 마리안느의 나체 그림, 사계를 들으며 마지막으로 엘로이즈를 본 마리안느의 시선 등. 이 모든 요소가 대사 하나 없이도 두 인물의 서사와 심리를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어요.
두 인물 사이에 오가는 시선은 무성의 대화이고, 영화의 주요 음악(사계)은 둘의 관계성과 심리를 더욱 밀도있게 집약시켜요. 셔레이드 기법은 클리셰적으로 쓰이는 부분도 있지만, 장면을 본 사람에게 저마다의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해요. 그렇기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마지막 장면으로 대사 하나없이 마리안느의 시선에서 사계 공연을 관람하는 엘로이즈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퀀스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눈백이 여러분은 결말의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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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마지막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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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야
editor.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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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르페우스’ 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 있어요. 그는 음악의 신 아폴론과 견주어도 될 만 한 음악 실력을 가지고 있었죠🎵 그는 ‘에우리디케’라는 아주 예쁜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에우리디케는 독사에게 물려 그만 지하세계, 즉 죽음의 세계로 가게 되죠⚕️ 아내를 잃은 슬픔에 오르페우스는 직접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에게 찾아가 자신의 재능인 음악으로 아내를 살려달라고 설득해요💧 그 노력에 감동받은 하데스는 아내를 살려주되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절대 뒤돌아 보면 안 된다는 조건을 덧붙이죠. 여기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았을텐데, 역시나 신화이야기가 그렇듯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해요🩸 하데스의 말에도 불구하고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잘 올라오고 있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지상세계를 바로 앞에 두고 뒤돌아보게 돼요.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자신의 아내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순간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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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슨 신화 얘기냐구요?👀 바로 이 신화 내용과 주인공들이 이번 작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주인공인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거든요🔥 신화에서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본 것에 대해 엘로이즈, 마리안느, 그리고 하녀 소피는 각자 다른 생각을 얘기해요💭 먼저 하녀 소피는 오르페우스가 무슨 이유에서든지 절대 뒤돌아보지 말았어야 했다고 얘기하고, 마리안느는 오르페우스의 예술가적인 기질이 발동해서 그렇다고 얘기해요🎨 많은 예술가들이 고통과 슬픔 속에서 명작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오르페우스도 자기 자신을 끝없는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해석이죠. 과연 화가이자 예술가인 마리안느의 해석다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엘로이즈는 신선한 의견을 덧붙여요. 바로 에우리디케가 ‘뒤돌아보’라고 얘기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죠💬 여러분은 오르페우스가 왜 뒤돌아봤다고 생각하나요?
남몰래 사랑을 속삭이던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엄마인 백작 부인이 집으로 돌아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요😭 마리안느는 더 슬프지 않기 위해 무언가에 홀린 듯이 문 밖을 빠져나가 아픈 이별의 상황을 보내려 하죠. 하지만 그때,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엘로이즈는 “뒤돌아 봐요” 라고 얘기해요. 그리고 마리안느가 돌아보자 엘로이즈는 마치 지하세계로 다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죠🕯️
옛날부터 내려오던 그리스 신화는 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어요. 오르페우스 신화 역시 결말에서 보여진 건 오르페우스의 슬픔이지, 다시 지하세계로 추락한 에우리디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이 작품이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룬 퀴어작품인만큼 신화 속 내용과 달리 엘로이즈는 마리안느에게 ‘뒤돌아 보’라고 말하며 주체적으로 이별을 ‘선택’해요💘 어쩌면 오르페우스 신화에서도 다시 빛을 보지 못 할 걸 직감했던 에우리디케가 마지막으로 오르페우스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뒤돌아 보’라고 얘기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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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이즈는 마리안느가 처음으로 그렸던 초상화를 보고 생명력이나 존재감 같은 것은 없냐며 가차없는 비평을 내뱉어요😞 그리고 존재감이라는 건 진실하지 않은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변명하는 마리안느를 뚫어지도록 바라보며 어떤 감정들은 매우 깊다고 말하죠. 그 후 며칠의 시간이 흘러 마리안느가 마지막으로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완성했을 때 액자 속🖼️ 엘로이즈의 모습은 처음의 초상화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여요. 발그레한 뺨과 다소곳한 미소로 미래의 남편이 잘 봐주기 만을 기다리는 듯했던 가상의 여인은 사라지고, 자신을 그리는 화가를 조용히 바라보며 빠짐없이 눈에 담는 현실의 엘로이즈만이 그림으로 남게 되었죠🎨
저는 열흘 동안 두 사람이 주고받았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그 초상화가 마치 둘 사이의 사랑의 결정체💖와도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결국에 초상화가 밀라노에 있는 웬 남자의 소유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대목에서 이 영화는 가슴 아픈 비극으로 끝맺는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결국에 헤어져야 하는 불완전한 사랑에 대한 슬픈 이야기라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 10분을 남겨놓고 작품 자체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까지 크게 흔들렸어요. 마리안느가 연주해주었던🎹 비발디의 사계를 다시 듣는 엘로이즈. 그녀는 어둠 속에서 감격에 차 흐느껴 울기도 하다가, 미소를 짓기도 하며 마리안느와의 기억을 떠올려요. 많은 시간이 흘러도 사랑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죠. 마리안느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작품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그림 역시 엘로이즈와 이별한 후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완성한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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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중 마리안느의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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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가슴 속에서 사랑의 기억이 영원할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서, 저는 이 영화가 성공하지 못한 슬픈 사랑의 엔딩이 아니라 영원히 잊히지 않는 사랑의 기억에 대한 내용임을 깨닫게 되었어요✨ 저는 줄곧 사랑의 완결이 두 사람이 죽기 전까지 함께하는 것이거나, 오랜 시간 만나며 사랑의 열정을 다 소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사랑의 완결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사랑했다는 기억임을 알려주었어요💭
사랑에 대한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보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사랑에 대해, 영화의 결말에 대해 생각하면서 눈백이 여러분은 어떤 대사와 장면에 집중했는지 너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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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PICK 입PICK😝
오늘 소개된 작품이 마음에 드셨다면 이것도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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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작품 속 페미니즘 요소,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던 신화까지 이번 호도 다양한 이야기💌들로 꽉꽉 채워봤는데요! 재밌게 읽으셨나요? 눈픽입픽에서 추천해 드린 작품들과 함께, 이번 여름은 뜨거운 사랑 이야기와 함께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 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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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함께
매달 14일, 28일 늦은 7시마다
눈백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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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눈백입백
뉴스레터: 레몬, 뒹굴, 크림, 체다
팟캐스트: 로피, 마루, 이오, 짹짹
카드뉴스: 나초, 뽀꾸, 색칠,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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