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가 발견한 영화 속 신기한 점은 바로 마지막에 나오는 졸업사진과 관련되어 있어요. 눈백이 여러분들 시간여행과 관련된 법칙을 기억하시나요? 처음 눈을 마주친 사람에게만 시간여행자가 보인다는 법칙을 생각하면, 샹룬의 모습은 샤오위의 눈에만 보였을 것인데(과거로 건너간 후 처음 눈을 마주친 사람이 샤오위였으니까요) 어떻게 그는 다른 학생들 사이에 섞여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요? 제 학창시절 단체 사진을 찍을 땐 항상 선생님과 사진기사님께서 “얘들아, 붙어서 서자~”라고 하셨거든요. 시간여행 법칙이 깨지지 않았다면 사진 속 샤오위의 옆은 빈 자리였을 것이고, 영화에서 보여준 졸업사진처럼 사진을 찍을 순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법칙이 성립하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어요.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의 가능성을 모두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샹룬의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어요. ‘그 해 나는 샤오위와 함께 졸업했다’라는 문장이 사실이라면, 샹룬은 성공적인 시간여행을 통해 샤오위를 만났기 때문에 누구보다 행복할 거예요. 그런데 원래의 시간대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새드엔딩이 될 것 같아요. 특히 모든 사실을 알고 철거되는 학교 건물로 뛰어가는 샹룬의 아버지를 보고 저는 눈물 한방울 툭 흘릴 뻔했답니다. 만약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아버지는 영영 아들을 보지 못할 것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저는 결말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결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요, 눈백이 여러분들은 어떤 결말을 상상하시나요?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피드백창을 통해 마음껏 의견 남겨주세요:)

주인공 나미(유호정 분)는 중년이 되어 친한 친구였던 춘화(강소라 분)의 죽음을 앞두고 가장 빛이 나던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는 내용의 영화예요. 벌교에서 전학 와 사투리로 놀림 받던 나미는 학교의 짱 춘화네 무리와 친해지며 <써니>의 멤버가 돼요. 써니의 멤버들은 날마다 모여 춤을 추고 웃고 떠들며 의리를 다지는데, 기대하던 축제 당일 예기치 못한 사고로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중년이 되어 만나게 된 그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써니🌞 멤버들은 왕년에 학교를 주름잡았었죠. 유명한 작가, 연예인,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어했던 친구들은 성장하며 어떤 이유에서든지 모두가 꿈꾸던 것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게 돼요. 그렇게 강해 보였던 춘화는 어디가고 아픈 모습으로 멤버들 앞에 다시 나타나고, 다구빨이라 불리던 금옥도 시어머니에 잡혀 기가 눌려 지내죠.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바뀌게 만들었을까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영화에서 대놓고 보여주지는 않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어요. 헤어질 때 꼭 다시 만나자던 약속도 중년이 다 되어서야 지킬 수 있었어요.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삶 속에서 친구들은 만나서 밥 한 끼 먹을 시간조차 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아무리 바빴다고 쳐도, 그렇게 돈독했던 써니 멤버들은 흥신소를 써야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이후의 연락이 뚝 끊긴 걸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에 연락이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밍은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해요. 같이 꿈을 이룬 미래를 그리던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던 건, 현실적인 이유들로 변해버린 자기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드러내기가 부끄러워져서가 아니었을까요? 밍이 잠시 써니 멤버들에 빙의해보자면, 써니 멤버들과 만난다는 건 밝은 미래를 꿈꾸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테고, 그럼 현실이 괴로워서 살 수가 없어질 것 같아요. 또 가장 좋아했던 친구들의 기억 속에 가장 찬란했던 나의 모습만을 기억 속에 남기고 싶었을 수도 있고요. 그것말고도 만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아주 많아요. 꿈을 이룬 친구의 모습을 보더라도 진정으로 응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나처럼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친구를 봐도 씁쓸한 마음에 밤잠을 설칠 것도 같고요. 이렇게 보니 많은 사람들이 동창회에 나가길 꺼려 하는 이유들을 다 늘어놓은 것만 같아요. 어렸을 때 친구들은 꼭 보고 싶으면서도, 어딘가 좋은 추억으로만 남겨놓는 편이 좋겠다는 바람이 자꾸만 들죠.

  영화 <써니>에는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쉽게 우리의 이목을 끄는 것은 써니 멤버들의 고등학생 시절과 25년 후 변천사일 거예요! 2011년 모습으로 시작한 영화는, 주인공 격인 나미와 춘화의 극적인 재회를 시작으로 비디오테이프 속 1986년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고딩 써니 멤버들과 어른 써니 멤버들의 싱크로율이 우릴 놀라게 하는데요, 실제로 강형철 감독은 다수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캐스팅 과정이 마치 전쟁과도 같았다. 과거나 현재나 하나의 인격체로서 외모적 싱크로율도 많이 따졌다. 또한,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 같은 것이 어긋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어 오디션 당시 배우들의 ‘눈’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같거나 변화된 모습을 담고 싶었고, 인생의 아이러니를 표현하길 원했다 하네요. 그만큼 일곱 명의 써니 멤버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것 같아요! 에디터 썬도 무려 십 년 전에(..!) 처음 봤을 때나, 이후 수없이 다시 봤을 때도 캐스팅을 참 잘했다며 칭찬하곤 했답니다 😃

  또한, 영화가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삽입된 크고 작은 요소들과 배경음악들 또한 당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요! 영화 <라 붐>의 명장면을 각색한 부분이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보니 엠(Boney M)의  노래 ‘Sunny’는 계속해서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를 상기시켜주는 듯 합니다. 리처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의 ‘Reality’, 나미의 ‘빙글빙글’ 등의 노래도 큰 역할을 하고요. 심지어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Z세대 아이들의 중고등학교 장기자 단골손님 역할을 할 정도였다면, <써니>에 삽입됐던 노래들이 크게 한 건 했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가로, 당대 현란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개성만점 십대 패션 또한 잘 재현해내기도 했죠! 이는 실제로 1983년부터 시작된 교복자율화가 제정된 지 3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1986년 하반기에 폐지된 점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OCN이 공개한 제작 비화에 따르면, 소년중앙, 하이틴 등의 80년대 잡지와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참고했다고 해요. 이를 참고해 옷을 리폼하고, 당시 유행했던 브랜드들과 현재와는 다른 스타일을 가졌던 브랜드들의 로고도 새로 제작했다니, 그 노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렇게, 영화 <써니>의 스토리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이외의 다양한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그들의 미래였던 우리의 현재 또한 누군가의 과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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