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자줏빛 여름이 그들과 함께하길

2021. 7. 28.

2021.07.28

7월 2호

눈백이 여러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저희는 여러분께 다양한 문화예술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눈백입백이에요.

날씨가 전례없이 후덥지근한 요즘이지요😥

코로나로 인해 쉽게 휴가도 떠날 수 없는 시기인데, 그렇다면 비교적 시원하고 안전한 극장으로 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무슨 극을 보면 좋을지 감이 잘 오지 않을 분들을 위해, 이번 뉴스레터에서 저희는 올해 여름 10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소개해드릴게요!

<스프링 어웨이크닝> 줄거리

어른들의 말이 곧 법이 되고 규칙이 되는 1981년의 독일.

사춘기의 변화에 대해 무지한 소녀 벤들라는 엄마에게 자신의 신체적 변화와 아이의 탄생 등 좀처럼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궁금증에 대해 자신의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엄마는 오히려 화만 낼 뿐이다. 한편 학교 성적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소년 모리츠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혼란의 시기를 거치지만 학교 선생님은 회초리를 휘두르며 공부에 집중하라고만 다그친다.

멜키어는 동네에서 소문난 모범생 소년으로, 친구 모리츠가 겪는 혼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신체 변화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적은 글을 건네주었다.

어느 날 오후 벤들라와 멜키어는 동네 숲속에서 조우하게 되고, 서로에게 순간적인 스파크가 튄 듯 그들은 곧 관계를 가지게 된다.

모리츠는 학교 시험에서 낙제되어 학교에서 쫓겨났고, 유일하게 의지했던 어른인 멜키어의 어머니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당하며 절망에 휩싸여 자살을 택하게 된다. 모리츠의 자살 원인으로 학교는 멜키어를 지목했고, 그는 곧 소년원으로 끌려가게 된다. 한편 벤들라는 멜키어와의 관계를 통해 임신하게 된 것을 알아차리고, 멜키어도 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들의 미래에는 ‘자줏빛 여름’이 존재할까?

<입이 백 개여도 모자라>

네 명의 에디터들이 입백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

포브스 선정 학공에서 사랑받는 뮤지컬 1위

editor. 은샘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드디어 돌아왔다는 소식에 소리를 질러버린 눈백이들 여럿 있을 것 같아요. 참… 길고 긴 기다림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기다림 속에서도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있었는데요. 바로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드는 ‘학공’이죠!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학공으로 정말 심심치 않게 올라왔던 극이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에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치기만 해도 주르륵 영상이 나오더라고요. 대체 이 극의 어떤 점이 학공에서 사랑받도록 만든 것일까요?

첫 번째 이유, 개성 뚜렷한 많은 인물들!

주인공 외에도 여러 소년, 소녀들이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확실히 많은 배우들이 참여하는 학공에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조숙한 모범생 멜키어, 호기심 많고 순수한 벤들라,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하는 모리츠, 보헤미안의 삶에 빠진 소녀 일세, 우월 의식에 빠져 있는 오만한 한센, 동성 친구에게 마음이 끌려 혼란스러운 에른스트,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마르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는 오토, 혈기 왕성한 게오르그까지! 모두 자신만의 확고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관객들에게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의 매력을 빠짐없이 보여주기 딱 좋은 극이죠!

두 번째 이유, 아이에 가까운 어른들!

사춘기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극인만큼 그 시기를 막 지나쳐온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특히 더 이입하기 쉬운 극인 것 같아요. 등장인물들이 처해 있는 많은 상황들이 우리가 겪어온 그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저만 하고 있진 않을 것 같아요. 그 시기에는 내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열심히 지키느라 뭐가 뭔지 제대로 생각할 수도 없었고 억눌려만 왔죠. 감당하지 못할 문제들에게서 도망가 버리고 싶다는 마음도 여러 번 들었죠.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아직 그때의 앙금을 다 풀어버리지 못한 아이에 가까운 어른인 대학생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스프링 어웨이크닝> 외에도 학공에 많이 올라오는 극이 꽤 있어요! 그 극들도 눈백이 분들께 소개해드리는 시간이 오면 좋겠네요! 이번 2021년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후 만약 또…😔 10년 동안 올라오지 않는다면 은샘 에디터와 함께 학공으로 아쉬움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제발 그 바람이 이뤄지지는 않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쯤에서 눈백이들과 인사할게요. 안녕~!

정말 ‘모르는 게 약’일까?

editor. ich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 여러분도 심심치 않게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이 말은 주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종종 내뱉는 말이죠. 어른들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아이들이 설사 잘못된 것을 배울까봐,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 혹은 일이 귀찮아질까봐 아이들이 알기를 원치 않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하지만 정말로 그런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아이들이 모르는 채로 지내는 게 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벤들라와 멜키어는 성관계와 피임에 무지했고, 결국 벤들라는 계획에도 없던 임신을 하게 되었어요.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기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거예요. 심지어 멜키어는 임신 소식을 소년원 안에서 듣게 되죠. 그렇다고 해서 이에 대해 둘만을 탓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자살을 택한 모리츠의 경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요? 모리츠는 그렇지 않아도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년이었어요. 자아와 세계관에 대한 정의를 점점 확장해나가는 시기를 맞이한 셈이죠. 하지만 모리츠는 어른들에게 아무런 길잡이를 얻지 못했고, 결국 그의 친구인 멜키어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어요. 다만 멜키어도 당시에 청소년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가 모리츠에게 전달한 글이 실질적으로 적합한 정보만을 싣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죠.

이들이 무지로 인해 불행을 맞이하게 된 이면에는 결국 ‘어른들의 이기적인 은닉’이 있었어요. 벤들라의 어머니도, 학교 선생님도, 그 누구도 아이들에게 적절한 성교육, 세상을 바라보는 눈, 격변하는 사회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요. 심지어 벤들라의 경우에는 벤들라가 먼저 어머니께 질문을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답변을 회피했죠.

어른들이 멋대로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하여 알려주지 않았던 것들로 인해 주인공들은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저는 극을 보면서 ‘만약 그들이 그때 알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됐어요. 그들의 무지의 근간에는 결국 어른들이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죠. 그들이 노래하는 자줏빛 여름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이제 어른들이 작전명을 ‘모르는 게 약이다’에서 ‘아는 것이 힘이다.’로 바꿔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요?

💜자줏빛 여름을 맞이할 수 있길

editor.구구

안녕하세요 눈백이 여러분, 에디터 구구입니다😀 이번에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고 왔어요. 배우분들의 열연과 신나는 넘버들 덕분에 들썩들썩 흥이 오른 시간이었답니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는 내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극의 내용과 현실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고, 거기에서 오는 허탈감과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극 중에서 모리츠는 학교 시험에 낙제를 하게 되고, 가장 믿었던 어른인 멜키어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을 당해요. 결국 모리츠는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르타는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해요. 하지만 어머니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죠.

이 내용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아직 변한 건 하나도 없구나’였어요. 극 중 배경은 19세기 독일로, 지금으로부터 100년은 더 된 시대에요. 정말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 어웨이크닝>속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는 아직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쉴 새 없이 매겨지는 등수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아이들, 성적표에 찍힌 몇 자리 숫자만으로 끊임없이 세상의 무너짐 속에 놓이는 아이들,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가정 폭력을 경험하는 아이들, 모두 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어요. 아이에서 성인 사이 그 어디쯤, 나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하는 시기. 이렇게 소중한 시간 속에서 아픔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공연을 보며 씁쓸한 한숨을 내쉬게 되었던 것 같아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이었던 저와 제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덕분에 그때로 돌아가 주인공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어른의 입장에서 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언젠간 혼란 속에 있는 청소년들이 자줏빛 여름을 맞이할 수 있길 바라요🦋

푸른색만 보려 하는 어른들

editor. 밍

[사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포스터에도, 무대에도 등장하는 이 나비의 이름은 ‘메넬라우스모르포’예요.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파란색이 아름다워서 많은 학자가 모르포 나비의 색을 추출해서 염료로 쓰고 싶어했다고 해요. 하지만 나비의 색깔을 뽑아내는 데 모두가 실패했어요. 모르포 나비의 날개는 푸른색 색소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날개의 구조 때문에 단지 그렇게 보였던 것뿐이죠.

마치 실제로는 없는 푸른색 색소를 뽑아내려는 것처럼,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행동하고 그들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기를 바라요. 불합리한 사회의 요구를 그저 따르라고 하거나, 틀을 벗어났을 때 청소년을 향한 도를 넘는 체벌에 눈을 감아버리죠. ‘Blah blah blah’ 가르치려고만 들고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요. <스프링 어웨이크닝>하면 에너지가 넘치는 폭발적인 넘버가 유명한데, 이때 통쾌함을 느끼는 건 다들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공감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단 한 명이라도 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막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