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거짓말’ 앞에 새빨간❤️, 지독한😡 같은 수식어를 붙이죠. 그런데 이 소설, <우아한 거짓말>은 거짓말을 ‘우아함’🩵과 연관짓고 있어요. 두 가지가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아🤔,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소설이 학교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유추하기 어려웠어요. 도대체 작가는 천지를 죽음으로 내몬 상황이 어떤 점에서 ‘우아하다’고 느꼈을까요? 작중 인물들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요?

<우아한 거짓말>의 초반에 만지는 마냥 밝고😆 평범했던 천지가 자살한 이유를 전혀 짐작하지 못해요. 하지만 사실 천지는 엄마와 만지의 눈에 보이던 것 처럼 밝기만 한 아이가 아니었어요. 만지가 확인한 천지의 도서관 대출 목록에는 우울증🥲 관련 도서가 한가득이었거든요. 천지는 죽기 전, 화연을 비롯한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어요. 대놓고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천지를 은근히 무시했죠. 천지는 그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힘들어 했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어요. 가족들이 자신을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 거짓말을 했던 것이죠.

한편, 천지를 떠나보낸 사람들도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만지와 엄마는 둘 다 하루아침에 천지를 잃었지만, 괜찮은 척 행동해요. 사실 만지의 가족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에요. 한부모👩 가정인데다, 엄마는 마트에서 일하며 중학생 천지와 고등학생 만지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거든요. 거기다 천지의 자살 이후 죽음을 애도할 시간도 없이, 원래 살던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어요.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만지와 엄마는 더 많은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씩씩한 척💪🏻 행동해요. 이것이 작가가 그리는 두번째✌🏻 거짓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천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인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해요. 소설 속에서 천지를 괴롭게 한 ‘은따’의 주범은 천지와 초등학생 때 부터 친구였던 화연이었습니다. 천지의 죽음 이후, 친구들은 화연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해요. 🤬‘네가 천지를 괴롭히지 않았냐’🤬면서요. 하지만 화연은 그런 친구들의 시선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친구들과 잘 지내는 척 해요. 또, 화연은 천지의 죽음과 무관한 척 만지에게 거짓말을 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속여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해요. 가해자가 마땅히 지어야 할 책임을 모른 체 하고 잘못이 없는 것 처럼 구는 화연의 행동 역시도 일종의 거짓말이에요. 

조각난 진실을 모을 수 있는 건

editor. 라프⛄️

<우아한 거짓말>은 천지가 자살하면서 시작돼요. 언니인 만지는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 천지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알고 싶어하죠. 때문에 책에서는 만지가 중심 내용을 전개해요. 그렇지만 모든 내용을 만지가 서술하는 건 아니예요. 화연이, 미라, 천지의 엄마 등 천지의 주변 인물뿐만 아니라, 천지와 큰 교류가 없는 같은 반 수경이까지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해요. 심지어는 죽은 천지가 서술자가 되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이런 서술 특징들은 독자가 소설📖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요.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짚어볼게요.

첫째, 이야기의 순서! <우아한 거짓말>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아요. 만약 소설이 시간의 흐름을 착실하게 따라 전개된다면, 천지가 괴로워하는 상황들이 제시되고, 이야기의 끝에 가서야 천지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그렇지만 이 책은 그 역순🔃으로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고 있어요. 이야기의 앞 장에서 '천지가 죽었다.'고 제시한 덕에 독자들은 '왜 죽었을까?'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돼요.

두 번째 특징은 다양한 서술자🗣예요. 천지의 죽음에 관련된 인물들의 얘기가 그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요. 사실 천지를 괴롭게 한 것이 오직 '친구' 하나만은 아니었어요. 때로는 가족이 천지를 힘들게 하기도 했죠. 각각의 인물들이 서술자가 되어 자신만 아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로소 독자는 어쩌면 모든 인물들이 천지의 죽음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그러나 이 잘게 조각난 진실🧩은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독자만이 깨달을 수 있고, 천지의 죽음의 이유를 간절히 찾고자 한 만지는 책이 끝날 때까지도 모든 이유를 알 수는 없어요⛓️‍💥. 

세 번째 특징은 단서🔎를 찾으며 전개된다는 거예요. 이러한 구조 덕분에 <우아한 거짓말>에서 치밀한⛓️‍ 추리 소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요. 천지는 남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메모를 실에 감싼 ‘봉인실’을 5개 만들어서 숨겨두고, 만지는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그 봉인실들을 모두 찾아요. 그러나 만지의 예상과는 달리 봉인실에는 죽음의 이유보다는, 모두를 용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천지를 심하게 괴롭힌 화연이 죄책감을 느껴 안 좋은 선택을 하려고 하자, 만지는 천지의 뜻에 따라 화연을 막아요. 만지가 천지의 죽음의 이유를 완전히 알지 못하고 이야기가 끝난다는 점이 만지에게 다소 잔인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화연의 죄책감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모두 털어두지 않은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천지의 배려일지도 몰라요.

서술적 특징들과 함께한 <우아한 거짓말>, 어떠셨나요? 이와 같은 서술 특징들은 소설의 치밀한 짜임새와 완성도🔗를 더더욱 돋보이게 해요.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왜 이렇게 서술됐을지'에 대해 생각한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다른 학교폭력 주제의 문학들📚과 이 소설📖 <우아한 거짓말>의 차이점은 바로 ‘학교폭력🏫 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역할’을 다양하게 조명🔍했다는 사실이예요. 등장인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각 인물들이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을 보여준다는 것이 소설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화연’이예요. 천지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지만, 사실 천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었죠. 화연은 천지를 친구가 아닌 도구처럼 이용하고, 소위 말하는 ‘은따’를 주동해요. 예를 들면, 천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자신의 생일 파티🎂에는 천지에게만 1시간 늦게 초대를 해서 남은 음식들🍜을 먹게 하는 등이었죠. 하지만 화연 한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소설 초반부에서 눈에 띄었던 인물은 천지의 담임선생님🧑‍🏫이었어요. 천지가 죽은 뒤, 선생님은 학교에서 노는 학생으로 낙인이 찍혀있던 ‘수경’이 천지의 체육복👕을 빌려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요. 수경을 불러 면담🗣️을 하다가 선생님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고는 수경에게 막말을 하며 분노하죠.😡 이 부분을 보며 저는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죽은 천지에게 더 마음이 쓰였을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렇다고 천지와 같은 학생인 수경에게 근거없이 가해자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맞을까요?🤷‍♀️ 천지의 죽음이 안타까웠다면, 담임선생님으로서 생전에 그 죽음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을까요?🙅‍♀️

화연 엄마의 무관심😶도 천지 죽음에 방관자로서 일조해요. 사실 화연과 천지의 관계는 학원에서 각 가정에 주의를 보내면서 문제화되기 시작해요. 그런데 화연 엄마는 천지 엄마가 본인을 직접 찾아왔음에도 어릴 때 잠깐 그러는 것으로 안일하게 넘겨버려요. 오히려 화연이 이 문제로 학원에서 쫓겨나게 되자, 그제야 화연을 심하게 혼내지만 천지를 괴롭혔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어요. 이때 학원에서의 사건들을 화연 엄마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화연에게 따끔한 경고🚨를 했다면 결과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마지막으로 주목할 인물은 화연과 천지의 같은 반 친구였던 ‘미라’예요. 소설에서는 천지의 속마음💭을 통해 미라를 ‘공범자는 되기 싫고 멋진 구경은 하고 싶은’ 존재로 표현해요. 미라는 화연과 천지의 사이에 문제를 느끼기는 했어요. 하지만 자신의 아빠👨와 천지 엄마👩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 후, 천지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천지에게 상처주는 말🩸들만 내뱉죠. 작품 속 미라의 존재는 학교폭력 방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어요. 

혹시 거짓말 하는 건 아니지?

editor. 로사🌹

이 작품📄의 이름인 '우아한 거짓말' 의 의미✔를 되짚어 보며 소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천지의 죽음' 이라는 진실💥을 감싸고 있는 주변인😨들의 행동은 매우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이유를 가지고 있어요. 많은 인물😬들은 천지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지만 자신들이 그렇게 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해요. 그래서 그들은 끝없이 또 다른 거짓말😖을 통해 행동을 합리화하고, 자신의 기억에서 천지를 지우려고 애쓰죠. 그렇지만 그럴수록 천지의 존재는 기억 속에서 더욱 지울 수가 없게 돼요.

 천지는 분명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그건 스스로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니었어요. 천지가 왕따를 당했다는 하나의 예시는 천지가 2시였던 생일 파티를🍰 3시에 열리는 거라고 믿게 된 장면에서 드러나요. 결국 3시에 생일 파티를 가게 된 천지는 당황하고요. 천지에게 시간을 잘못 알려준 게 마치 '실수'🙄인 것처럼 포장하는 말과 그것에 대해 나서지 않고 방관🤔하고 마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은 그들 사이의 암묵적인 왕따를 보여줘요.  

이럴 때 친구들의 심리 속에는 '방어 기제'가 투영되어 있고, 이는 보통 부정, 그리고 투사의 형태로 등장해요. 인물의 심리 묘사♻를 꼼꼼히 보면 실제 작품 속에서 방어기제를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등장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방어 기제들은 모두 '미성숙한 방어' 에 속하는데요, 미성숙한 방어는 자아의 기능이 약할 때 발현돼요. 그러니까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자아가 두드러지는 것을 억제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방어기제를 통해 변호👩‍⚖️하게 되는 것이죠. 천지의 죽음을 겪은 후 다시 억척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가려고 하는 엄마와 만지의 모습은 '부정'의 형태를 띠고 있어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외면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습에서 나타납니다.

그렇지만 일상이 끝나고 나서는 가족 모두 천지가 왜 죽었을까 고민하는 장면에서 이들의 고통😥이 느껴졌어요. '투사'는 쉽게 말하면 어떤 일의 원인을 다른 곳에 돌리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해요. 천지를 방관했던 미라의 회피형 태도와 천지의 죽음에 대한 잘못을 천지 자신에게 돌리는 듯한 화연의 모습은 천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 즉 천지가 죽은 건 어느 하나의 잘못이 아닌 모두가 만들어 낸 거였다는 걸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어요. 

'우아한 거짓말'은 '우아한' 이라는 알쏭달쏭한 수식어가 내포된 제목에서부터 보는 내내 '천지는 도대체 왜 죽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그 속에 숨겨진 여러 회피적 심리적 장치들이 작동하고, 끊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씁쓸한 여운을 남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때로는 진실을 마주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